
남북으로 갈라져 살아온 세월, 그 길고 잔인한 그리움을 끝내기 위해 지난 2020년 당시 12세였던 탈북 소년 주성이는 홀로 국경을 넘었다.
숲이 울창하다 못해 대나무가 칼날처럼 잘려 있는 험난한 밀림, 어디가 낭떠러지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암흑 속을 오직 부모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온 아이였다.

북한을 탈출해 제3국을 거쳐 마침내 부모의 품에 안기기까지, 주성이가 마주해야 했던 생사의 갈림길은 자그마치 ‘7000km’에 이르는 참혹하고도 거대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이 위험천만한 길에 뜻밖의 동행자가 있었다. 늘 대중에게 웃음을 주던 코미디언 정성호였다.

TV조선 프로그램 ‘끝까지 간다’를 통해 주성이를 만나러 가던 정성호의 마음은 남달랐다. 당시 집에는 그를 기다리는 네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자식만큼 소중한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는 카메라가 꺼진 순간에도 주성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현재는 다섯 남매의 아버지가 된 정성호는 당시 “집에 두고 온 네 아이가 며칠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은데, 6년간 부모와 헤어져 있던 주성이의 마음은 어땠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7000km에 달하는 탈북의 현장은 매 순간이 숨 막히는 영화였다. 임시 검문소가 들이닥치고 사냥꾼과 강도의 위협이 도사리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정성호는 극심한 패닉을 겪기도 했다.

위험지역을 탈출할 때는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본능적으로 발휘됐다.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제운전면허증을 지참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으며 선발대 역할을 자처했다.
행여 검문에 걸리더라도 대한민국 여권이 있는 자신이 시간을 벌어 주성이를 지키겠다는 숭고한 결단이었다. 불안에 떨던 주성이에게 정성호는 아빠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정성호는 부모님의 사진을 보여주며 주성이의 경계심을 허물었고, 전매특허인 성대모사와 유쾌한 입담으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12시간이 넘는 산행과 22시간의 험난한 차량 이동 속에서 주성이가 멀미로 구토를 할 때도 그는 친아들처럼 아이를 다독였다. “군인들이 나타나 다섯 번이나 숨으며 버텼다”는 소년의 덤덤한 고백에 정성호는 가슴을 쥐어짜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수많은 고비를 넘긴 끝에 주성이는 마침내 부모와 기적적으로 재회했다. 6년 만에 품에 안긴 아들을 보며 오열하는 부모와, 비로소 천진난만한 아이의 미소를 되찾은 주성이의 모습은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네 아이의 아빠에서 이제는 다섯 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가 된 정성호. 한 소년의 목숨을 건 여정에 기꺼이 동행했던 그의 진정성 있는 헌신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인류애의 감동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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