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김정일 육영수 시해 사과? 1·21 사태 오인한 낭설”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문세광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를 두고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역사 왜곡 비판이 사실관계가 어긋난 낭설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판의 주된 근거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미 사과한 사건’이라는 주장이 1968년 ‘1·21 사태’와 혼동된 결과라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며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은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이미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백하고 사과해 결론이 난 사건인데 다른 배후가 있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정일 위원장이 육 여사 시해 사건을 사과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불과하다. 북한은 문세광 사건에 대해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소행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사과한 바가 없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2년 5월 북한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방북 직후 열린 기자회견을 비롯해 200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2007년 7월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사과 사실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그 사과의 대상은 일관되게 1968년 김신조 등 남파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 사건인 ‘1·21 사태’였다. 자서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21 사태를 꺼내며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다.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육영수 여사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육영수 시해 사과설’의 진원지는 일본 언론의 미확인 보도로 좁혀진다. 2002년 9월 13일 일본 ‘지지통신’은 베이징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박 의원에게 ‘당신의 어머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암살 음모는 하급자들이 관련됐으며 자신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박 의원 측은 즉각 해당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로도 북한이나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이와 관련된 사과 사실이 확인된 바는 없다.
유튜브 채널 ‘황현필 한국사’의 황현필 역사 강사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보수 정치권의 주장이 “명백한 역사적 오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 강사는 영상에서 “문세광이 북한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고 해야 일본의 책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신문사가 1·21 사태 사과를 문세광 사건 사과로 둔갑시켜 낸 ‘찌라시’성 보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강사는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등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오인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그런 사과를 받았다고 밝힌다면 내가 사과하겠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언급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이 제기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비판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도리어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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