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반상회나 주민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찜찜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주차 문제나 쓰레기 배출처럼 생활에 직결된 안건을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견 차이가 생긴다.
동네를 좋게 만들려는 뜻으로 모였음에도 회의 후 이웃 관계가 어색해지는 이유는 말하는 태도에 있다. 같은 제안이라도 말투에 따라 신뢰를 얻기도 하고 평판을 잃기도 한다. 주민 모임에서 이웃과의 관계를 해치는 대표적인 말하기 습관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개인 의견에 다수의 뜻을 포장하는 말투
첫 번째는 개인의 불만을 말할 때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다. 본인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불편해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이웃들은 불편을 느끼지 않거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다수를 앞세우는 말하기는 상대에게 압박으로 다가오며 반발을 부르기 쉽다. 모임에서는 다수를 들먹이기보다 “제가 경험해 보니 이런 점이 아쉬웠습니다”처럼 본인의 시선으로만 담백하게 전달해야 한다.
반대 의사를 표현하며 상대를 일축하는 언행
두 번째는 상대방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상대의 성의를 무시하는 태도다. 안건에 허점이 보일 때 “그건 말도 안 됩니다”라며 단정적으로 자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비판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느끼게 된다.
반대 의견을 낼 때는 상대를 인정한 뒤 “좋은 취지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까요?”와 같이 질문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지혜다. 모임은 누구 의견이 옳은지 승패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모임 후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뒷담화
가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회의가 끝난 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수군거리는 일이다. 정작 모임 자리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밖으로 나와 “아까 그 사람 말 이상하지 않았어?”라며 비방하는 경우가 많다.
복도는 소리가 쉽게 울리고 주민 간 소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진다. 모임 뒤에 남겨진 뒷담화는 결국 당사자 귀에 들어가며 신뢰를 무너뜨린다. 할 말이 있다면 모임 자리에서 전달하고 끝난 뒤에는 가볍게 인사만 나누는 편이 안전하다.
동네 모임은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웃이 타협점을 찾아가는 조율의 장이다. 신뢰는 천천히 쌓이지만 말 한마디로 쉽게 허물어진다.
말할 때는 자신의 입장만 분명히 밝히고, 반대할 때는 상대를 존중하며, 끝난 뒤에는 타인에 대한 언급을 아껴야 한다. 동네에서 오래 신뢰받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의 무게를 알고 조심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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