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0원 만들고 웃었다…‘가난한 억만장자’의 마지막
최근 조용하던 국제 자선계에서 한 인물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억만장자’라 불리며 생을 마감한 척 피니의 기부 행적이 알려지면서, 부의 의미와 인간의 마지막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면세점 제국을 일군 억만장자였지만, 그의 실제 삶은 세계적인 부호라는 단어와 도저히 연결되지 않는 수준으로 검소했다. 평생 자기 집 한 채 없이 낡은 임대 아파트에서 지냈고, 비즈니스석은 단 한 번도 타지 않은 채 이코노미석만 고집했다. 심지어 서류가방 대신 비닐봉지를 들고 다녔다는 일화는 이제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를 바라본 주변인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저 사람은 부자가 아니라 수도사 같다.” 실제로 그의 소비는 편의점 샌드위치, 저가 고무시계, 싸구려 옷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의 소비가 검소했던 이유는 단순한 절약 정신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모든 돈은 ‘어디론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 남몰래 건네진 거액의 기부금, 즉 007 작전이라 불릴 정도의 은밀한 선행이 그의 진짜 정체였다. 그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대학·의료·인권 개선에 자금을 쏟아부었고, 심지어 기부 영수증조차 남기지 않으려 했다.

그가 실제로 사회에 흘려보낸 금액은 무려 8조 원을 넘어섰다. 코넬대학교에 6조 원을 투입해 글로벌 교육 혁신을 견인했고, 베트남 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 1조 원을 더 기부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기부금이 발견될 때마다 뒤늦게 “그게 모두 척 피니의 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부를 축적하는 능력만큼이나, 조용히 흘려보내는 능력 또한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2020년, 그는 자신을 괴롭힌 마지막 숫자와 마주했다. 통장 잔고 0원. 그는 평생 꿈꿔온 그 순간이 오자 오히려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재단의 문을 닫으며 그는 이렇게 남겼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죽어서 하는 기부보다 살아서 하는 기부가 훨씬 즐겁다.” 그의 인생 전체가 이 문장 한 줄로 요약된 셈이다.
현대 사회에서 부의 축적은 곧 영향력과 권력의 상징으로 이어지지만, 그가 선택한 방식은 정반대였다. 돈을 이용해 세상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돈을 흘려보내며 남들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세상을 바꾸는 길이었다. 그의 마지막은 물질적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인간적 기준으로는 누구보다 풍요로운 퇴장이었다. 지금도 국제 사회가 그의 행적을 회고하는 이유는 단순한 ‘부자의 미담’이 아니라, 돈을 대하는 관점 그 자체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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