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연휴가 끝나고 자녀와 손주들이 떠난 거실에 홀로 앉아 봉투를 정리할 때 왠지 모르게 기분이 헛헛해지는 경우가 있다. 정성껏 봉투를 준비해 용돈을 쥐여주었지만, 정작 고마워하는 기색보다는 어색한 기류만 감돌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 건넨 돈이 도리어 관계를 서먹하게 만든다면 그 원인은 돈의 금액이 아니라 용돈을 주고받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언어 습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마음과 자식이 받아들이는 감정 사이의 간극을 이해할 때 비로소 서운함이 사라진다.
무리한 지출과 하소연이 부르는 역효과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는 자신의 형편을 넘어설 정도로 무리해서 큰 액수를 지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형편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태도다.
명절에는 수십만 원의 용돈을 호기롭게 건넸으나, 몇 달 뒤 전화 통화에서 약값이나 생활비 부담을 언급하면 자식 입장에서는 커다란 죄책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자녀는 부모가 무리해서 돈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차라리 받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용돈은 체면이나 과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방법이다. 스스로 부담이 없는 선에서 가볍게 주고받아야 서로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섭섭함을 덧붙이는 언어 습관의 위험
용돈을 건네는 순간에 붙이는 불필요한 말 한마디도 관계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자신은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한다는 식의 불평을 덧붙이거나, 용돈을 주었으니 연락을 자주 해야 한다는 대가를 기대하는 언행은 자식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돈을 받으면서 감사의 마음을 품기도 전에 미안함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자식은 용돈을 받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빚으로 인식하게 된다. 대가를 바라고 건네는 마음은 관계를 가깝게 만들기보다 도리어 안부 전화 한 통조차 망설이게 만드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대가 없는 배려가 만드는 온화한 관계
명절 용돈이 진정한 온기로 남아 자식과의 관계를 살갑게 다지기 위해서는 주는 방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용돈을 줄 때는 아무런 대가나 조건을 붙이지 않고 잘 쓰라는 짧고 따뜻한 덕담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가 바쁜 일상 속에서 연락이 뜸하더라도 그것을 용돈과 연결 지어 섭섭해하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쁜 상황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요구된다. 용돈은 관계를 사들이는 수단이 아니다.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베푸는 태도를 가질 때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는 한결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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