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배우를 만나다 – 1부
긴 시간이다. 5년 이란 시간 동안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낸 발자취는 한국이란 나라를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시즌1은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순위 1위였고 가장 성공한 콘텐츠로 꼽힌다. 앞으로 이런 콘텐츠가 또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작은 나라의 전통 놀이와 결합된 데스 게임의 아이러니는 전 세계를 흔들었다.
극 중 시리즈를 관통하는 희로인인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를 지난 7월 3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호평과 혹평 모두를 예상했다는 말과 함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밝혔다. 다음은 배우 이정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오징어 게임’이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시즌을 마무리하며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대장정을 마친 소회는?
오랫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추억이 가장 아쉽다. 대부분 촬영은 길다면 6개월 정도인데 몇 년을 했으니 눈빛만 봐도 손발이 맞을 정도로 호흡이 맞았다. 시즌2 촬영을 준비할 때 부담감이 컸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뭘 더 잘해야 하나 고민도 가중되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부담감이 없어지더라. 그날 끝내야 할 분량에 집중하다보니 부담은 없어졌고 일 년 정도는 재미있게 촬영만 했다.
그러다가 시즌2 홍보기간이 다가오니 불안감이 올라왔다. 시즌3는 마지막이라 그런지 그 전보다 긴장되지 않았다. 워낙 시즌2는 스포일러 때문에 혹시라도 말실수 할까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제는 다 공개 되었으니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
-5년 여 동안 기훈으로 살아갔던 철학적 무게감이 다른 캐릭터 보다 컸다.
시즌1때는 하고 싶은 대로 해야 기훈이 입체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생각하지 못한 성공으로 다음 시즌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본 13개의 에피소드 대본을 보고 직감 했다. 시청자와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로 논쟁을 벌여보고 싶다는 호기로운 대본이라 생각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어디있을까 싶었다.
시즌 2,3이 진행되고 캐스팅된 배우들이 ‘여기서 내 실력 한번 보여주겠다’, ‘오징어 게임에 합류했는데 팀워크 한번 잘 맞춰 보겠다’ 싶은 열정이 느껴져다. 저는 이미 시즌1에서 하고 싶은거 다 해봤고, 시즌2,3에서 관찰자이기도하니까. 여러분도 다 해 봐라는 마음이 컸다. 어느 순간 마다 다른 배우가 돋보이게끔 하고 발산하게끔 만드는 분위기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마디로 반장 같은 역할이었다.

-결국 인간성은 지켰지만, 살아 남은 아기, 딸은 잘 살아갈지 고민되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몸을 던지는 기훈의 선택의 호불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작품마다 늘 호불호는 있어왔고 그때 마다 설명하는 일도 잦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재미만을 쫓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호불호 반응이 이해간다. 감독님이 시즌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과 각각 에피소드 마다 소주제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었던 까닭이다. 다양한 주제와 메시지가 담긴 작품은 호불호를 피할 수 없고 그에 따른 갑론을박도 넘쳐난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고공 오징어 게임은 연극적인 설정이 잔인하면서도 감정을 소비해야 했을텐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받았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촬영장임에도 마치 연극 무대를 방불케 했다. 오히려 현장에서 배우끼리 연기하는 호흡과 에너지가 편집이란 기술로 다 담기지 못할 정도였다. 모든 배우가 그러한 느낌을 받았고 공연 올리는 기분이라 소중했다. 3-4일 정도 촬영했는데 좋은 배우와의 작업은 큰 즐거움이다.
다들 작품의 이해도가 깊었다. 작품의 캐릭터로 분하는 모습을 볼 때 저도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대본에서부터 치고받는 감정과 격한 변화, 반전 때문에 어떻게 마무리 될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걸 실제로 해보니 에너지가 상당했다.

-기훈의 반란 실패 후 대호를 향한 분노의 눈빛, 마지막 선택을 할 때 감정선을 연기할 때 심정은?
저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예상치 못한 기훈의 엔딩에 놀랐다. 읽자마자 시청자의 반응이 어떨지 생각이 들면서도 감독님의 애정과 작가주의 정신을 실감했다. 재미나 소비위주의 작품으로 보이지 않을 의미있는 엔딩을 찾았구나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엔딩을 내려 버리겠다는 의도가 멋지다고 느꼈다.
문제는 시청자가 그 의도를 납득할 수 있는 연기해야 하는데 매우 어려웠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잘하고 싶은 욕구와 욕심이 있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고 연출자의 확신이 있었다. 클라이막스 몇 커트를 촬영하려고 하루를 통으로 비워 둘만큼 미세한 감정 부분에 신경 썼다. 그 선택이 최선이라는 걸 보여주어야만 했는데 저 스스로는 뭘 해도 부족했다.
마지막 선택은 ‘인간성 회복’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향해 기훈은 전진 했다. 논리적인 사고로 해석하면 어렵겠다고 판단했고,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버전을 촬영했고 감독님이 적절한 것을 선택한 것이다. 버전 때마다 늘 오케이컷이 있었다.
중요한 장면이라 만족스럽지 않으면 촬영을 그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에 기훈이 ‘사람은’이라는 말을 하며 선택할 때 빈공간으로 남겨 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청자가 빈 부분을 각자의 감정으로 채우는 게 감독님의 의도였다. 게임장이라는 현재 상황에서만 생각하기로 결정해 의도대로 따랐다.
-스스로는 기훈의 마지막 선택을 공감할 수 있나?
당연히 이해되었다. 창작자가 만든 가상의 이야기라도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본다. 전체의 스토리라인과 수많은 캐릭터의 사연과 함께하는 기훈의 행동에 의구심이 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시즌1의 성공으로 계획하지 않은 후속편을 만들게 된 건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향한 보답이다. 따라서 창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따라가려고 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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