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만난 오랜 지인과의 자리에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은퇴 후 직장을 떠나고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타인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모처럼 마련된 모임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반응이 미지근해지거나 대화가 끊긴다면 스스로의 말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계가 점차 서먹해지는 이유가 환경의 변화가 아닌, 자신도 모르게 반복해 온 대화 습관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로 흐름을 가로채는 습관
첫째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가 대화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오는 습관이다. 상대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예전 경험을 떠올리며 말을 끊고 자신의 자랑이나 옛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상대가 말을 꺼낸 진짜 이유는 공감과 경청에 있다. 내 경험으로 상대의 말을 덮어버리면 상대는 소외감을 느끼며 점차 마음을 닫게 된다.
세대의 차이를 맞고 틀림으로 나누는 태도
둘째는 세대의 차이를 언급하며 비판이나 평가를 덧붙이는 태도다. 대화 중 젊은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두고 과거 기준을 끌어와 단정 지으면 대화의 벽이 생긴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인정하지 않고 특정 기준만 고집하면 듣는 사람은 지적받는 듯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문화적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시각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불평과 염려로 대화의 에너지를 빼앗는 반복
셋째는 만날 때마다 아픈 몸 상태나 경제적 불안, 자녀 걱정 같은 불평만 반복하는 것이다. 누구나 삶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지만, 대화의 중심이 부정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지면 듣는 사람도 심리적 무력감을 느낀다.
처음에는 위로를 건네던 이들도 반복되는 무게에 지쳐 거리를 두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나 작은 감사함을 함께 공유할 때 대화의 자리는 다시 찾고 싶은 유쾌한 시간으로 변한다.
작은 경청과 질문에서 시작하는 관계의 회복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줄어들면 대화의 감각도 무뎌지기 마련이다. 관계가 서먹해지는 것은 마음이 닫혀서가 아니라 온기를 나누는 대화법에 무심해졌기 때문이다.
오늘 누군가를 만난다면 내 이야기를 건네기 전에 상대의 일상을 먼저 세심하게 묻고 깊이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말 한마디에 담긴 배려와 따뜻한 시선이 멈춰 있던 관계에 다시 유쾌한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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