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개국에서 1위하면 뭐하나…솔직히 너무 지루했던 K-사극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실종된 후 12년 만에 기억을 잃고 돌아온 홍랑과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 이복누이 재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장다혜 작가의 소설 ‘탄금: 금을 삼키다’를 원작으로,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아 공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공개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40개국에서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탄금’은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아쉬운 서사와 멜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 편차라는 숙제를 남겼다.
복합 장르의 야심찬 시도, 그러나…

‘탄금’은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융합하려는 야심찬 시도를 보여준다.
실종, 기억 상실, 엇갈린 사랑, 가문의 암투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배치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초반부에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러한 복합 장르의 시도가 오히려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스터리와 멜로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어느 한쪽에도 깊이 있게 몰입하기 어렵게 만든다.
설인의 등장과 아동 연쇄 실종 사건 등 미스터리 요소는 겉돌고, 재이와 홍랑의 멜로 라인은 설득력 부족으로 공감을 얻지 못한다.
설득력 부족한 멜로 라인과 캐릭터 붕괴

특히 멜로 라인의 부재는 ‘탄금’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다.
재이(조보아)는 홍랑(이재욱)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점차 그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지만, 이러한 감정 변화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는다.
12년 만에 돌아온 동생을 향한 그리움과 낯선 남자에게 느끼는 설렘 사이에서 갈등하는 재이의 모습은 피상적으로 묘사될 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심지어 홍랑에게 마음을 준 후에는 기존의 주체적인 모습마저 잃어버리면서 캐릭터 붕괴 논란까지 야기한다.
무진(정가람) 또한 재이를 향한 순애보를 보여주지만, 그의 감정선 역시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하면서 겉도는 느낌을 준다.
결국 세 남녀의 삼각관계는 억지스럽고 진부하게 흘러가면서 극의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빛나는 조연들의 열연, 그러나 주연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력

‘탄금’에는 엄지원, 박병은, 김재욱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엄지원은 광기에 사로잡힌 민연의를, 박병은은 야망에 눈먼 심열국을, 김재욱은 비밀스러운 예술가 한평대군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재욱은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러한 조연들의 활약에 미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재욱은 액션 연기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복잡한 내면 연기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보아 또한 감정의 폭이 큰 재이 캐릭터를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돋보이는 한국적인 미와 액션, 그러나…

김홍선 감독은 “세계에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고 밝힌 바와 같이, ‘탄금’은 한국적인 미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한복, 전통 가옥, 소품 등 한국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구현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이재욱의 액션 연기는 스타일리시하게 연출되어 볼거리를 더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은 결국 텅 빈 스토리를 가리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적인 미와 액션은 훌륭하지만, 그것을 담아낼 만한 매력적인 이야기와 캐릭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탄금’은 매력적인 소재와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조연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서사와 멜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편차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복합 장르의 함정에 빠져 어느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퓨전 사극’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적인 미를 살리려는 노력과 이재욱, 김재욱 등 일부 배우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실패한 작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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