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유전자 자체가 우리와 달랐더 제주 해녀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제주 해녀의 유전적 특이성을 발견하여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제주 해녀들이 가진 놀라운 잠수 능력이 단순한 훈련의 결과가 아닌, 유전적 적응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 배경 및 방법
연구팀은 제주 해녀들의 뛰어난 잠수 능력에 주목하여, 그들이 잠수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생리적 특성이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훈련의 결과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제주 해녀 30명, 해녀가 아닌 제주 여성 30명, 그리고 한반도 내륙 여성 31명의 생리적 특성과 유전체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65세로 조정되었으며, 유전적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 3대째 해녀 가문 출신을 포함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냉수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참는 모의 잠수 실험을 진행하여 심박수와 혈압 변화를 측정했다. 또한, 전장 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을 통해 유전적 요인을 확인하고자 했다.
주요 연구 결과
유전자 변이
제주 여성들에게서만 특이한 두 가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다.
저온 내성 관련 변이
추위에 대한 내성을 높여 저체온증에 덜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었다.
혈압 감소 관련 변이
이완기 혈압 감소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제주 여성의 33%에서 나타났으며, 이는 내륙 여성의 7%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이 유전자 변이는 잠수 시 혈압이 높아지는 현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심박수 감소
모의 잠수 실험에서 해녀들은 평균적으로 분당 18.8회의 심박수 감소를 보였으며, 이는 제주 비 해녀의 12.6회 감소보다 큰 폭이다. 이는 해녀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산소를 보존하는 데 유리한 생리적 적응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전적 차이의 기원
제주도민은 뭍(육지) 주민과는 유전적으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제주도 주민이 모두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제주인과 내륙인의 유전적 변이 궤적이 달라진 시기를 5000~7000년 전으로 추정했다.
또한, 자연선택 분석에 따르면 해당 유전자는 약 1,200년 전부터 제주 인구 내에서 강한 선택압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비장 크기
제주 해녀의 비장 크기가 일반 여성보다 36% 더 컸다.
연구의 의의 및 향후 과제
이번 연구는 제주 해녀의 유전적 특성이 그들의 놀라운 잠수 능력과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으며, 이는 극한 환경에 대한 인간의 적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멜리사 일라르도 박사는 “해녀 집단의 유전적 변화가 제주도 전체 인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이러한 변화가 생리학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한다면, 임신성 고혈압·뇌졸중 등 치료법 개발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워싱턴포스트는 제주 해녀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뇌졸중·고혈압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주 해녀 문화의 가치
제주 해녀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이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존중, 여성 공동체의 연대, 세대를 거쳐 전승된 지속 가능한 생존 방식의 상징으로 인정받은 결과이다.
해녀 문화는 물질 기술, 생태 환경에 대한 민속 지식, 공동체의 관습, 신앙과 의례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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