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 비빔밥’ 신화 ‘연안식당’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
한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4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돌파하며 ‘꼬막 비빔밥’ 열풍을 일으켰던 외식 브랜드 ‘연안식당’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다.
신선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올린 비빔밥은 직장인과 가족 단위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점심시간이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안식당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그 배경에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부침과 디딤이앤에프(현 선샤인푸드)의 흑망성쇠가 자리하고 있다.
‘장사의 천재’ 이범택 대표, 프랜차이즈 신화를 쓰다
연안식당을 만든 디딤이앤에프의 창업자는 인천 출신의 이범택 대표이다. 20세에 포장마차로 장사를 시작한 그는 외식업의 매력에 빠져 본격적인 식당 경영에 나섰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유명 맛집에서 3년간 주방 보조로 일하며 식재료 조달, 원가 관리, 소비자 심리 등을 배우며 실력을 쌓았다.
그의 성공은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소고기 소비가 급감한 시기에 돼지고기 전문점 ‘신마포갈매기’를 론칭하면서 시작되었다. 가성비 좋은 갈매기살 메뉴와 빠른 회전율, 깔끔한 인테리어는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3년 만에 전국 430개 매장을 돌파, 외식 프랜차이즈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꼬막으로 ‘대박’…연안식당의 탄생
2017년, 이범택 대표는 ‘꼬막 비빔밥’이라는 특색 있는 메뉴를 중심으로 연안식당을 론칭했다. 벌교, 보성 등 꼬막 산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연간 수급 체계를 마련하고, 매장당 월 800kg 이상의 꼬막을 소화할 만큼 공급망을 빠르게 확장했다. 폭발적인 수요와 철저한 공급이 맞물리며 론칭 9개월 만에 160개 가맹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세를 몰아 디딤이앤에프는 고래식당, 백제원, 한라담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였고, 본사 직영 운영 방식으로 고급 외식 시장까지 영역을 넓혔다. 동시에 간편식 유통과 해외 매장 확장도 시도하며 ‘프랜차이즈 – 직영 외식 – 유통’이라는 3각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외식 신화에 균열을 일으키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연안식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매장 식사를 전제로 한 연안식당은 배달 전환이 쉽지 않았고, 해산물의 특성상 재고 손실이 컸다. 냉장·냉동 보관이 가능한 꼬막조차도 유통기한 문제로 매장당 수백 kg이 폐기되며 물류비, 보관비, 손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디딤이앤에프는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4% 급감한 782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12억 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실적은 회복되지 않았고, 5년 연속 적자로 누적 손실은 680억 원을 넘어섰다. 2022년 연안식당 매장 수는 71곳으로 2년 전에 비해 54.2%나 감소했다. 점주들의 평균 연매출 또한 2020년 4억 9191만 원에서 2022년 4억 3158만 원으로 12.3% 감소했다.
무리한 부동산 투자와 경영권 분쟁까지…설상가상
디딤이앤에프는 위기 타개를 위해 본사 건물 매각(2021년)과 송도 부동산 매입(2022년)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부채비율은 72%까지 치솟았고 부동산 재매각으로 8억 원의 손해를 보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3년 6월, 개인 투자자 김상훈 씨가 15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하며 최대 주주에 등극, 기존 경영진과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그는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이사회 무효 소송까지 제기하며 경영에 전면 개입하려 했고, 회사는 1년 사이에 최대 주주가 네 차례나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결국 디딤이앤에프의 주가는 한때 3~4만 원대에서 4천 원대로 10분의 1 토막이 났고, 2024년 3월 27일 한국거래소는 디딤이앤에프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선샤인푸드’로 리브랜딩…재기 가능성은?
2024년 5월, 회사는 김상훈 씨와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짓고 사명을 ‘디딤이앤에프’에서 ‘선샤인푸드’로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최근에는 황정아 씨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최대 주주로 부상했으며, 내부 조직과 브랜드 구조도 재정비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연안식당’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브랜드 이미지 재건과 수익 모델 혁신 없이는 ‘400개 매장의 신화’는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을 수 있다. 연안식당의 흥망성쇠는 단순한 외식 브랜드의 부침을 넘어, 무리한 확장과 외부 충격, 경영권 분쟁이 한 기업을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선샤인푸드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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