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tvN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 배우를 만나다 – 1부
tvN ‘미지의 서울’에서 미래 & 미지를 연기한 박보영을 6월 26일 그녀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직접 만났다.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MCU의 멀티버스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면 두 사람은 굳이 바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현대인은 가끔 나대신 나인척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 상상이 모여 도플갱어, 멀티버스, 쌍둥이 설정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미래와 미지가 본래 하나의 존재에서 갈라진 두 인격인 것처럼, 또 미지인척하는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지의 네 가지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했다.
여러모로 인간은 참 복잡한 동물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얼굴과 지극히 개인적인 얼굴이 다르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때문에 혈액형이나 MBTI로 인간 성격을 구분하는 사회 현상은 지극히 효율적인 방법 같으나, 꼭 기계처럼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AI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인간 고유의 디테일을 따라잡지는 못하니까 말이다.
그 밖에도 ‘미지의 서울’은 타인이 못 알아본다는 판타지를 거두면 현실적인 캐릭터로 꾸려져 흥미롭다.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사연, 명언집을 만들고 싶을 만큼 공감 가는 대사가 마음을 울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깊은 어둠 속에서 헤매며 나갈 문을 찾고 있는 현대인에게 작은 빛이 되어 준 드라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르는 하루지만 그 하루가 모여 나라는 나이테가 그려지는 순간을 믿는다. 시골에서 올라와 매일 혼나며 숱하게 좌절했던 순간을 버티고 버텨, 20년 주년을 맞은 박보영은 이제야 조금은 성장한 기분이 든다며 수줍게 웃었다.
1인 2역 몰라서 용감했던 도전
-오랜만에 채널 방송 드라마를 선보였다.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TV 방영 드라마라 본방 사수하면서 함께 보고 달려왔다. 좋은 반응이 많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두 배였고 손가락 바쁘게 지내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미래와 미지를 구분 지어 주실 때는 너무 좋았다. 9화 초반부에 지문을 찍는 장면에서 촬영할 때는 미래인지, 미지인지 모르도록 연기했었는데 다들 알아봐 주시더라. (웃음)
-‘미지의 서울’을 선택했던 계기가 무엇인가?
대본이 너무 좋았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대사도 좋아서 많은 분이 공감과 위로를 받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는 1인 2역의 어려움 따윈 두고 일단 질러 놓고 봤었다. 그런데 촬영이 가까워질수록 1인 2역을 어떻게 할지 두려워졌고 도망가고 싶기만 했다. 촬영 마지막까지도 물음표였던 기억이다. (웃음) 또 실제 저를 만나보시면 매체에서 보였던 러블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강단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극중 1인 4역까지 소화해야 했다. 캐릭터를 분리하는 과정이 어떻게 되었나?
감독님하고 각자의 디자인을 맞춰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두 사람을 너무 다르게 하려고 하지 말고 디테일을 잡아가자고 결정했다. 제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톤은 억지로 만드는 일은 지양하자고 했다. 그래서 얻은 세팅값은 톤 차이였다. 미래의 경우는 제가 가족들이랑 대화할 때, 혼자 있을 때,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할 때의 톤이다. 미지는 편하게 쓰는 톤이면서도 사회생활용 톤이었다. 둘 다 저로부터 나온 거였다.
미래, 미지가 서로 바꾸었을 때 미래는 굳이 미래인 척하지 않으려고 했다. 미지인 척하고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 세진(류경수)인데, 세진은 어차피 미래를 본 적 없으니까 편하게 해도 되겠더라. 문제는 미지가 미래의 직장을 가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게 헤어, 메이크업에서 우리만의 디테일을 찾으려는 시도를 해봤다. 미래는 머리카락을 묶을 때 남기는 것 없이 깔끔하게 묶고, 미지는 귀 뒤에 꼬랑지가 남는다. 원래 단발이었다가 머리카락을 붙였던 이유다. 또, 미래는 눈 점막까지 채우는 메이크업에 살짝 눈꼬리를 빼지만, 미지는 화장을 잘 못한다는 콘셉트 때문에 눈꼬리만 흉내 냈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클로즈업하면 눈의 라인이 조금은 다르다. 그렇게라도 각각 분위기에 영향을 주고 차이를 두려 했던 점이다.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 1인 2역 촬영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일단 각자의 대역이 있었다. 미지를 연기할 거면 먼저 대역 배우에게 미래의 연기를 보여 드린다. 그걸 대역이 최대한 외워 연기해 주면 저는 앞에서 미지를 연기한다. 촬영이 끝나면 환복하고 미래 역할로 돌아가서 연기하고 미지 연기를 본 대역 배우가 연기를 해준다. 좀 복잡하고 힘들었다. (웃음) CG로 입히려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기도 해야 하고, 눈높이도 맞춰야 해서 스탠드에 이쯤이라고 표시를 해두고 연기하기도 했다.
-또 1인 2역이 제안 온다면?
다시는 1인 2역은 이제 못할 거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잘 몰라서 도전했던 거지, 또 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다. (웃음) 그래도 많이 성장했고 무엇보다 저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산하고 연기하는 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의 리액션을 보면서 수정해 나가는 편이더라. 1인 2역 방식일 때 지금 연기할 역할을 먼저 보여주고 잠시 후에 저는 그 역할을 다시 복기하면서 연기해야 해서 딜레마가 왔다. 똑같이 해야 상대방과 리액션이 맞으니까 힘들었던 거다. 이제 상대방이 없거나 눈을 보지 않고 연기해야 할 때 자신감이 생겼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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