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맨’ 리뷰
제임스 건 감독이 DC 스튜디오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선보이는 영화 ‘슈퍼맨'(2025)은 슈퍼히어로 장르를 포함한 변화가 필요한 DC 스튜디오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야심 찬 의도가 담긴 작품이었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둔 그가 이번에는 DC의 대표적인 히어로 슈퍼맨을 통해 이 세계관에 새로운 변화를 주려고 했다. 기존의 슈퍼맨 헨리 카빌을 하차시키고, 새로운 배우인 데이빗 코런스웻을 슈퍼맨으로 바꾸며, 세계관마저 바꿔버린 그의 시도는 이번에 성공했을까? 그리고 그가 만든 DC 유니버스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영화 ‘슈퍼맨’은 슈퍼맨의 기원 이야기를 빠르게 건너뛰고, 이미 히어로로서 활동 중인 슈퍼맨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관객들이 슈퍼맨의 배경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가 알던 슈퍼맨의 애인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 숙적 렉스 루터와의 갈등 등 기존 설정을 비틀어 신선함을 더하려 했다.
로이스 레인은 연인인 동시에 방황하는 슈퍼맨이 올바른 길을 갈수 있도록 냉철한 조언도 마다하지 않은 존재로 그려져 묘한 존재감을 선보인다. 렉스 루터는 단순한 천재가 아닌 어떻게든 슈퍼맨을 이기려는 집착에 빠진 열등감에 빠진 인간이자, 본인만이 최고라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그려져 슈퍼맨과 상반된 대비를 이루게 된다. 슈퍼맨은 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고뇌하는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 모습이 기존 ‘슈퍼맨’ 영화에서 다루는 히어로의 모습과 너무 다르게 인간적으로 다룬게 특징이었다.
우리가 알던 무적의 슈퍼맨이 아니잖아…그래서 좋다

우리가 알던 슈퍼맨은 그동안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적의 캐릭터로 그려졌고, 인류를 위해 한없이 선하게만 그려진 인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속 ‘슈퍼맨’은 시작부터 렉스 루터의 계획에 의해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하게 되고, 시종일관 맞는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놀라게 한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대변된 여론의 악화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짜증까지 내는 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사황에서 그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된다. 그야말로 ‘슈퍼맨’이 수난을 겪게되는 이야기를 보게 된 셈이다.
제임스 건은 이러한 히어로의 고뇌, 갈등, 방황을 심각하지 않게 정겨운 분위기로 담으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속에 아픔을 극복하고 진정한 히어로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담으려 한다.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요 캐릭터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하듯이 슈퍼맨 또한 혼자가 아닌 모두의 위로와 사랑으로 성장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오래전부터 정의와 미국의 대변인이자 상징처럼 그려진 슈퍼맨의 신화를 깨뜨리고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해 그도 웃고 우는 존재임을 부각해 새시대의 친근한 슈퍼맨으로 그리고자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임스 건 감독 특유의 유머와 B급 감성은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상시키는 팀업 액션, 펑키한 음악, 개성 강한 조연 캐릭터들은 영화에 활력을 더한다. 물론 이러한 B급 감성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아마도 그동안 진지하고 고결한 슈퍼맨의 이미지를 강하게 생각한 관객 입장에서는 이 가벼운 유머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슈퍼맨 배우들도 좋다

데이비드 코런스웻은 헨리 카빌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슈퍼맨을 연기한다. 카빌이 묵직하고 어두운 슈퍼맨을 표현했다면, 코런스웻은 경쾌하고 낙천적인,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슈퍼맨을 선보인다. 그는 정의감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따뜻하게 표현하며, 이상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점에서 본다면 이번 데이비드 코런스웻의 슈퍼맨은 제임스 건의 의도에 맞게 성공적으로 구축된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렉스 루터는 전자에서 언급한 대로 인상적인 빌런의 모습을 보여줬다. 슈퍼맨을 향한 강렬한 증오와 광기를 보여준다. 그는 슈퍼맨을 단순히 악당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낸다. 레이첼 브로스나한의 로이스 레인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좋았으며, 이번에 슈퍼맨을 돕는 히어로 팀 저스티스 갱(그린 랜턴, 호크걸, 미스터 테리픽)과 슈퍼독 크립토 등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더 수어사이드스쿼드’에서 원작 코믹스의 마이너한 성향을 지닌 캐릭터들을 잘 활용했던 제임스 건의 이력을 생각해 보자면 이번에도 그의 그러한 재능이 잘 돋보였다. 특히 슈퍼독 크립토의 존재감과 미스터 테리픽의 예상치 못한 유머와 재치가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슈퍼맨’은 새로운 DC 유니버스를 시작하는 영화로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드러냈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 탓에 스토리와 일부 장면이 다소 산만한 편이다. 특히 제임스 건 특유의 말발 유머가 난립하는데 이게 너무 미국적이고 시덥지 않은 농담들이 지속 이어진 탓에 일부 관객들에게는 이게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액션 시퀀스는 타격감 넘치는 액션과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에서 보여줬던 압도적인 파워는 느껴지지 않아 아마 이 부분을 기대했다면 아쉽게 느껴질수도 있다. 여기에 이야기 서사 자체도 슈퍼맨 한명의 이야기가 아닌 새롭게 구성된 DC 유니버스 세계관에 관한 보여주기 형식인 탓에 세계관 확장에 치중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부분은 앞으로 DC 스튜디오가 잘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제임스 건 감독의 ‘슈퍼맨’은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해석으로 슈퍼히어로 장르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데이비드 코런스웻의 새로운 슈퍼맨,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 화려한 액션 시퀀스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다만, 산만한 스토리와 깊이 없는 서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영화가 DC 유니버스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P.S:두개의 쿠키 영상이 등장하는데, 둘다 가벼운 농담 형식의 장면이어서 차기작의 힌트를 기대했다면 나가도 상관없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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